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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난독증, 읽기학습장애, 특정학습장애에 대해서

등록일

2019.03.19


오늘은 신경발달장애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는 미국 정신과학 질병통계 편람에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여기에는 다음 6가지 범주가 들어가 있습니다.

1. 지적장애 (intellectual disabilities)
2. 의사소통장애 (communication disorders)
3. 자폐스펙트럼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s)
4.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s)
5. 특정학습장애 (Specific learning disorders)
6. 운동장애 (Motor disorders)

이러한 질병들은 뇌신경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발달질환의 증상은 아주 어릴 적, 빠르면 24개월 정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아무리 늦어도 후기 청소년기 이전에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영유아, 청소년에도 우울증과 강박증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러한 질병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신경발달질환의 영역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
우울증은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보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신경발달질환에 들어가는 질병들은 환경적 영향이 매우 낮고 유전적, 선천적인 영향이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은 위에 열거한 신경발달장애 중 5번, 특정학습장애에 대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특정학습장애는 읽기학습장애, 수학학습장애, 쓰기학습장애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특정학습장애? 읽기학습장애?
이게 뭘까 궁금하실 텐데, 읽기학습장애 대신에 '난독증'이라고 하면 아~ 하고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난독증이란 것을 글자 그대로 보자면 어려울 난(難), 읽을 독(讀), 병세 증(症), 즉 읽기 어려운 증세를 말하는 겁니다.

그럼 난독증과 읽기학습장애는 무슨 차이가 있느냐?
난독증은 과거에 많이 쓰였던 용어입니다.
난독증 증상은 글을 읽고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쓰기의 어려움, 정서적 증상이 있는 경우를 통틀어 이야기할 정도로 넓은 범위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난독증을 '읽기학습장애'로 개념을 단순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_픽셀



일단, 미국정신의학진단편람(DSM-5)에서는 특정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orde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생활연령, 측정 지능, 연령에 알맞은 교육에 따라 기대되는 수준보다 상당히 낮은 학문적 기능 수행을 보이는 질환이며, 여기에는 읽기장애, 계산장애, 쓰기장애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 청각장애, 운동장애, 정신지체, 정서장애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어렵죠? 이에 대해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능(지적인 기능)은 정상이다.
2. 청각장애나 시각장애도 아니다.
3. 적절한 교육이나 학습도 받았다.
4. 그러나 특정한 학습 기술의 습득이 되지 않는다 - 글 읽기, 숫자를 계산하기, 글자를 쓰기

이러한 질환의 원인은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며, 공부할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며, 공부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뇌의 특정 부위의 결함으로 인해 글자와 숫자를 파악하는 능력이 습득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읽기학습장애의 경우 주대뇌반구의 두정-측두, 측두-후두 영역의 문제가 있음이 연구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 중 읽기학습장애란, 글을 읽고 해석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질환입니다.
글을 읽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책을 읽기는 매우 어렵지만, 읽어주면 이해는 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읽기학습장애는 발달 시기에 따라 아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유아기
- 말하기 발달의 지연 병력
- 혀 짧은 소리
-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는 모습
- 글자와 말소리를 연결하지 못함

초등학교 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 아주 익숙한 단어 외에는 읽지 못함
- 받침이 있는 단어를 읽지 못함
- 글자의 모양과 무관한 읽기 오류
- 단어 속 자음, 모음의 순서를 헷갈림
- 혼자서 문제 풀이 혹은 책 읽기가 안 됨
- 하지만 읽어주면 잘 이해함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 소리 내어 읽을 때 매우 느리고 힘들게 읽음
- 다음절, 낯선 단어를 읽을 때 특정 글자나 소리의 생략이나 대치
- 읽기 이해 능력 부족
- 조사 등 기능어에 대한 이해 부족
- 책 읽기를 매우 싫어함

청소년기 및 성인기
- 느리고 힘겨운 읽기
- 소리 내어 읽어야만 이해가 가능
- 읽기 이해력의 부족
- 철자법의 실수

이러한 읽기학습장애는 학령기 아동의 2-8%가 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읽기학습장애는 특정학습장애의 대다수(80%)를 차지하고, 남자가 여자에 비해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읽기기술에는 아래와 같은 기술이 있으며, 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기초 읽기 기술 : 음소의 인식, 일견단어(sight word), 발음의 기억, 단어 인지, 철자
2. 유창하게 읽기 : 일견단어, 단어인지가 어려우니 유창하게 읽기가 되지 않습니다.
3. 읽고 이해하기 : 단어도 모르고 학습량이 부족해지면 이해의 단계까지 갈 수 없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여기서 읽기학습장애의 첫 단계는 '음소의 인식'이 실패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안녕하세요'라는 단어를 읽는다고 한다면,
ㅇ ㅏ ㄴ ㄴ ㅕ ㅇ ㅎ ㅏ ㅅ ㅔ ㅇ ㅛ 라는 음소 글자를 인식해서 읽는 것입니다.

처음 글을 배울 때에는 'ㅇ -이응', 'ㅏ - 아', 'ㄴ - 니은', 'ㅕ - 여', 'ㅇ - 이응' 이런 식으로 하나씩 배우죠. 이게 아주 능숙하게 숙달되면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서 읽지 않고,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읽기학습장애에서는 'ㅇ -이응', 'ㅏ - 아', 'ㄴ - 니은', 'ㅕ - 여', 'ㅇ - 이응' 음소 하나하나의 발음 단위가 학습이 안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글을 읽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말을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설령 나이를 먹어서 음소 단위 글자를 인식하게 된다고 해도 글을 읽을 때 일일이 "ㅇ ㅏ ㄴ ㄴ ㅕ ㅇ ㅎ ㅏ ㅅ ㅔ ㅇ ㅛ"를 매번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에너지를 쓰지도 못하고 글을 기계적으로 읽는 데(해독)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따라서 독해(이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또한 읽기학습장애 경우에 글자 자체를 그림으로 인식하는 보상활동이 일어납니다.
읽기장애 아이들에게는 '안녕하세요'라는 글자와 비슷한 '안뎡하셰효', '알녛아셰오' 이런 글자를 읽어보라고 하면 발음대로 읽지 않고 본인이 알고 있는 단어인 "안녕하세요"라고 읽게 되는 것입니다.

근데 이런 읽기학습장애 증상은 어른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비슷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영어 지문을 독해할 때, 일단 영어를 읽는 것만도 벅차잖아요.
철자가 틀렸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소리 내서 읽어야 읽히고, 뜻을 독해하는 건 두 번 세 번 읽을 때나 가능하잖아요.
그거와 비슷합니다.
매번 모국어도 매번 그렇게 읽어야 하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읽기학습장애 혹은 특정학습장애 아이들에게는 다음의 검사들을 시행합니다.

1. 표준화된 지능검사 - 지능이 정상 범주에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2. 표준화된 학습능력 검사 - 읽기, 쓰기, 산수 능력과 같은 학습능력의 저하를 확인하고, 어떠한 영역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3. 표준화된 집중력 검사 - ADHD가 같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4. 정서 검사 - 학습능력 저하로 인한 우울,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이 같이 있는 경우가 45% 정도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학습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학습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음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ㅇ - 이응 이 아니라 응이라고 읽는 식의 학습이 필요합니다.
영어로 치면, 알파벳 낱말 단위의 파닉스(Phonics) 학습법이 필요합니다.

ㄱ - '기억' 이 아니라 '그'라는 소리값을 갖는다는 것을 학습시켜야 합니다.
그 후에 음소가 아닌 음절 단위의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단어 수준의 훈련, 그 이후에 해독 및 유창성.
글을 읽는 것이 능숙해지면 독해훈련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 외에 동반되어 있는 주의집중력 문제, 정서적 문제도 함께 도와주는 것이 학습의 능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물론 핵심 증상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방법 대신에 청지각훈련(토마티스), 시지각훈련, 감각통합훈련 등도 있다고 합니다만, 근거는 미약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치료를 아동에게 권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