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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4가지

등록일

2019.02.22


오늘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때 소소하게 궁금해하시는 것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습니다.
가끔 직원분이 자리를 비울 때 제가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요,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들 위주로 써볼까 합니다. 



1. 정신과 진료 비용, 얼마나 드나요?
정말 단연코 가장 궁금해하시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내원하시는 경우, 진료 시간은 30-40분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료비는 초진 진찰료 + 면담 비용 + 설문 비용 + 약값으로 구성됩니다.

초진 진찰료는 정신과, 내과, 소아과 어디든 의원급은 비슷하게 나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과와는 다르게 면담 시간에 비례하여 진료비가 나옵니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시는 경우(초진)에는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진료시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 오신 경우에는 간단한 설문지를 시행합니다.
우울, 불안, 과거력 등에 대해 기본적인 설문지를 드립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공황장애가 심한 경우 스트레스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약물 처방을 원치 않으시는 경우도 있어 약은 처방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병원에 오신 분들은 증상의 경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량의 약물 처방을 시작하게 되고,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원내에서 의약품을 드립니다.
그래서 약값도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저희 같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초진 비용은 약값 및 진료비 포함 3만원 내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방문하시는 경우 초진보다는 비용이 저렴하게 나옵니다.
면담 시간은 20분 내외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재진의 경우 약값 및 진료비 포함하여 1만원~2만원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진료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비싸다고 하시기도 하고, 싸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하는 의료 수가에 의거합니다.
비싸다고 마음대로 깎을 수 없고, 싸다고 생각해서 더 주신다고 해도 더 받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오시는 분들이 비싸다고 느끼지 않도록, 쉽게 말해 오신 분의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진료하려고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2.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내가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정신과 의사뿐만 아니라, 심리학 계통을 전공한 분들이 많이 듣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절대 모릅니다. 

미국에서 1970년대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유명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로젠한의 실험이라고 합니다.
정상인이 정신병을 가장하여 병원에 입원했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정신건강의학과/심리학에서의 진단은 증상에 기반한 진단입니다.
당뇨병은 당화혈색소(HbA1c)의 측정을 통해 이뤄지고, 뇌경색은 brain MRI를 통해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병, 양극성장애, 우울증 등은 어떠한 검사를 통해서도 '확실하게 진단하는' 방법이란 것이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심리적 고통,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힘든 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주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는 절대 독심술사가 아닙니다.  



3. 정신과 상담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정신과 상담, 정신분석에 대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미지겠지요? 





이런 방식은 정신분석에서 쓰이는 방식입니다.
정신분석은 프로이트(S. Freud)가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유연상이라고 하는 상담기법을 썼습니다.
자유연상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생각을 떠올린다는 의미입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떠올리기 위해서 편안한 카우치에 앉히거나, 혹은 눕히고, 정신과 의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로만 대화를 합니다.

현재도 이런 방식으로 진료를 보시는 정신과 의사들도 있는데, 좀 더 특정하자면, 정신분석 전문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이나 상담소에서는 얼굴을 마주하고 진료 혹은 상담을 시행합니다. 




상담치료는 매우 폭넓은 의미로 쓰이는데 Counseling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이나 상담에서부터, 주 5회 정신분석까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당장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한 분들에게 정신분석을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야 할 때는 적어도 주 1회 주기적으로 상담치료를 할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어떻게 정하게 되는 걸까요? 
병원에 내원하신 분들의 문제의 심각도, 빈도, 절박함 등을 고려하고, 내담자의 요구에 맞춰서 결정하게 됩니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 이겨내기 힘든 분에게 현실을 회피하지 말라고 너무 강하게 이야기하다면 진정 그것이 그분께 도움이 될까요?
일단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한숨 돌린 후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병원에 내원하신 분이 반복적인 문제에 빠져있고 본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면 주기적인 상담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4. 정신과 진료 때에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요?
상담을 한다고 하면 왠지 어릴 적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시나 봅니다.
어떤 분들은 "저 어릴 때 아무 문제없었어요. 정말 무난하게 자랐어요"라고 미리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정신과 진료 때 의사에게 말하는 내용은 주제의 제한이 없습니다.
최근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 어릴 적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최근 본 재미있는 영화나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애완동물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즐거운 일, 슬픈 일, 웃긴 일, 씁쓸했던 일 모두 좋습니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좋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한은 없습니다.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있어 더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주제에 대해 더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미리 종이에 적어오셔도 좋습니다. 
아, 하지만 욕설과 모욕적인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그래도, 초진 때에는 좀 더 명확하고 구조가 있게 말씀해주시는 게 의사와 환자,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증상은 무엇이며, 증상은 얼마나 오래됐으며, 증상이 발생한 계기는 무엇이며, 증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과거에 치료를 받은 적은 있었는지, 그때 치료 경험은 어땠는지, 현재 본인이 빨리 좋아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약물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지?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은 있는지? 등입니다.

이런 것들은 당장 빨리 증상을 경감하고 문제점을 찾고, 부작용이나 위험성 없이 약을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의사-환자 관계를 만들어 더 심도 있는 대화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똑똑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