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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 고장 난 화재경보기

등록일

2019.02.13

오늘은 사람들에게 아주 많이 알려져 있는 공황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공황? 요즘은 TV 프로그램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예전보다는 많이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공황'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마 사회나 역사에서 경제 '대공황'에 대해서 들어보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경제 공황은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깨지고 산업이 침체하면서 파산이 속출하는 아주 급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economic crisis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경제에서나 쓰이는 '공황'이라는 단어가, 심리적, 정신과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공황이라는 말의 심리적 의미는 네이버 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 - 네이버 국어사전

그런데, 이런 불안, 공포 반응은 무조건 병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강도를 눈앞에 만났다면요?
지금 내가 있는 곳에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다면요?
우리 몸은 각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눈을 부릅뜨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을 흘리게 되겠죠.
그러면서 살기 위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 '도망치거나'(Flight) 혹은 '맞서 싸우거나'(Fight) "

이런 불안과 공포 반응은 위기를 맞이하여 우리 신체가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고장 난 화재경보기, 공황장애
그렇다면 공황장애라는 것은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요?

공황장애는 우리가 그렇게 긴장하거나 두려워할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황 반응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날 때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혼자서 쉬고 있을 때, 그저 엘리베이터를 타기만 했을 때도, 그저 버스를 타기만 했을 때, 그저 지하철을 탔을 때, 정말 아무런 이유가 없을 때 그냥 나타납니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긴장을 내려놔도 괜찮은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 공포, 불안, 초조가 갑자기 나타나고 이와 연관된 신체증상 -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어지러움, 손떨림, 메스꺼움, 식은땀, 구토 등이 나타나고, 그러면서 결국에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느낌, 나는 곧 죽을 것 같은 느낌, 심장이 마비될 것 같은 느낌 등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대개 이런 반응이 처음 나타나면 매우 당황해합니다.
그러면서 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걱정하며, 특히 심장병이 생긴 것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응급실을 가거나 심장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에서는 이상한 점이 없습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정도라고 설명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두 번째, 세 번째 여러 번 발생하고 그때마다 응급실을 방문하면, 이제 응급실에서도 "이건 심장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신경정신과를 가보시죠"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장애의 증상은?
공황장애 증상은 다음과 같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1.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2. 땀, 식은땀
3. 몸 떨림 혹은 후들거림
4.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5. 질식할 것 같은 느낌
6. 흉통 혹은 가슴 불편감
7. 메스꺼움 혹은 복부 불편감
8. 어지럽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9. 춥거나 혹은 화끈거리는 느낌
10. 둔하거나 따끔거리는 느낌(감각이상)
11.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비현실감) 혹은 자신이 아닌 듯한 느낌(이인증)
12.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이 사라지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
13. 죽을 것 같은 공포

그리고 이런 증상들이 다시 나타날 것을 미리 심하게 걱정하며 생활에 많은 제한을 불러오는 것을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특히 공황 증상이 나타날 것을 미리 걱정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라고 합니다.
 


원인은 무엇인지?
첫 번째 원인은 생물학적 원인입니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을 변연계(limbic system)라고 하는데요.
그중에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와 시상(thalamus)이 필터링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봅니다.
즉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감각을 과대하게 공포 반응으로 해석하여 잘못된 알람을 울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최근의 신체적 피로나 질병 때문입니다.
갑상선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최근의 불면, 과로 등은 자율신경계 기능인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을 깨뜨려서 잘못된 공포 반응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최근의 심리적 스트레스입니다.
요즘 특히 경제적 어려움, 부부관계,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한꺼번에 공황장애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각성 상태를 계속 유지시키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뇌의 기능적 문제, 신체적 피로 및 질병, 최근의 심한 심리적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치료는?
첫 번째는 약물치료입니다.
항불안제,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은 뇌의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생리적인 각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항우울제 중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증상의 완화뿐 아니라 불안 자체를 치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항우울제 SSRI가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2-3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항불안제 계통의 약물을 처방하여 당장 나타나는 불안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 감정, 행동 간의 관계를 통해 치료하는 치료법입니다.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인지)을 찾아 이를 바꾸어주면 감정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황장애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가 효과가 있는 치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적어도 일주일에 1번씩 3개월 정도는 지속해야 하며, 30분 이상의 상담 시간과 상담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실습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TMS(경두개 자기자극치료)입니다.
TMS의 경우 자기장 자극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화를 증가시키기도, 억제시키기도 하는 치료입니다.
약물과 동등한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약물치료에 부작용이 많았거나, 혹은 약물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노인, 임산부, 학생 등)에 쓰일 수 있는 치료입니다.
하지만 약물치료와 비교하면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무조건 권하는 치료는 아닙니다.
 


치료에 있어 유의할 점은?
지금까지 공황장애에 초점을 맞춰 설명드렸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만 혼자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합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광장 공포증: 버스, 지하철, 대중교통, 마트, 백화점, 사람이 많은 광장 등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 
- 범불안장애: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으며 두통, 허리 통증과 같은 불분명한 신체 통증을 동반하는 것 
- 건강염려증: 신체 증상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며 여러 병원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 
- 분리불안장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과 떨어져 혼자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떨어지지 못하는 것

그 외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정신과적 어려움이 겹쳐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공황장애라고 약물치료만 하고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신다면 공황장애 증상, 최근 스트레스 정도, 공황장애가 있는 다른 가족이 있는지 여부, 다른 정신과적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 등을 통해 면밀히 진단을 받고 꼼꼼히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치료 기간은 얼마나?
치료 기간은 단순한 증상의 감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치료를 기준으로는 6~12개월 정도는 치료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그것보다 일찍 약물을 감량하거나 종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충분한 치료는 결국 재발이나 악화로 이어져 증상으로 인해 힘든 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공황장애는 갑작스러운 불안, 공포, 초조,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원인은 최근의 급작스러운 스트레스, 과로, 뇌기능의 문제로 나타나는데, 화재경보기가 고장 나 아무 때나 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아무 때나 울려대는 상황인 것입니다.
치료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tms와 같은 방법이 있으며 동반된 다른 정신과적 질환 - 광장 공포증, 범불안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도 치료해야 합니다.
치료 기간은 6-12개월 정도이며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